위기에 몰려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위기에 몰려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2020-02-08 0 By worldview

월드뷰 02 FEBRUAR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글/ 김인숙(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는 570만 명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이 자영업자이며, 앞으로도 크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80년대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40% 정도였지만 현재는 자영업자 비율이 20%대까지 낮아졌고, 연도별로 보면 2014년 26.8%에서 2015년 25.9%, 2016년 25.5%, 2017년 25.4%, 2018년 25.1%, 2019년 24.8%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33.5%), 터키(32.0%), 멕시코(31.6%), 칠레(27.1%)에 이어 Top 5에 들어갈 만큼 상대적으로 여전히 높으며, 미국(6.3%), 독일(9.9%), 일본(10.3%), 영국(15.1%) 등 선진국 평균의 두 배 또는 그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인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는 여기에 속할 것이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자영업자(self-employed) 대다수는 은퇴 후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사람들, 그래도 열악한 비정규직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선택한 사람들, 노동조건은 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나 형식만 자영업자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 외에는 마땅한 고용주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빠른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청년 취업난 등이 맞물리면서 특히 노령연금의 미가입과 낮은 수급액으로, 직장 퇴직 후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 외에는 별다른 생계유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카페, 치킨집, 편의점을 선택하고 ‘기승전 카페’, ‘기승전 치킨집’, ‘기승전 편의점’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이다. ‘치킨공화국’ 대한민국은 ‘치느님’, ‘치맥’, ‘치밥’ 등 다양한 신조어들과 함께, 닭의 연간 소비량이 10억 마리에 육박하며, 전국에 치킨집이 8만7,000여 개(2019년 2월 말 기준) 영업 중이다.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영업하는 맥도날드 매장 수(3만4,000개, 2017년 기준)보다 무려 2.5배가 더 많다.

반면에 자영업자의 규모를 보면, 연 매출 1천 2백만 원 이하 업자가 21%, 연 매출 1천 2백만 원~4천 6백만 원 업자가 31%를 차지한다. 연 매출 4천 6백만 원 이하 자영업자가 50%를 넘고 있으며, 대부분이 매우 영세한 규모인 자영업자들이다. 대한민국 경제구조에서 자영업자가 갖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신생기업처럼 규모가 매우 영세하여서 견딜 힘이 적은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경기 부침의 직격탄을 맞을 계층들이 많다는 뜻이다. 외부 충격으로 위기가 닥치면 그만큼 정부가 돌봐야 할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고, 그만큼 외부 충격에 민감한 경제구조라는 의미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 자영업자 생존 위협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취임하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1만 원을 향해가던 최저임금의 과속에 제동이 걸렸다. 2020년 올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책정되었다. 주 40시간, 주휴수당 포함 월급으로 따졌을 때 2020년 월급은 1,795,310원으로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은 이런 최저임금을 준수해야 한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10년 만에 최저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2년간 2018년 16.4%, 2019년 10.9%로 매년 10% 이상 인상되었다. 최저임금의 추이를 보면 2015년 5,580원(7.1% 인상), 2016년 6,030원(8.1% 인상), 2017년 6,470원(7.3% 인상)으로 평균 7%대이었으나, 2018년 7,530원으로 16.4% 인상, 2019년 8,350원으로 10.9% 인상으로 2년 동안 과속 급증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는 서비스업 운전자금(인건비, 재료비 등)증가율이 2018년 3분기 7.1%에서 지난해 3분기 10.0% 확대된 것을 보여준다. 총지출의 70~80%가 인건비로 나가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인상은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경기 불황,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상승 삼중고로 인하여 생존의 위협을 받는 자영업자들에게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것에 대한 보완조치 측면은 없다.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조차도 작년 대비 약 25% 줄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2019년(10.9%)과 2018년(16.4%)보다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 삭감한 이유이다. 엎친 데 덮친 것으로 주 16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15시간 이하로 나누는 ‘알바 쪼개기’가 편의점과 식당을 가리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 근로자로서는 똑같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라도 과거와 같은 시간을 일하려면 세 곳 이상 옮겨 다녀야 하고, 자영업자로서는 세 명의 아르바이트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악화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현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분위 소득(하위 20%) 가구에서 ‘근로자 외 가구’(자영업자+무직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에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에서 5만 700가구, 4분위에서는 9만 5800가구, 3분위에서 3만 5000가구가 줄었다. 반면에 2분위에서는 6만 1500가구, 1분위에서는 6만 6400가구가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말 그대로 저소득층으로 굴러떨어지면서, 1분위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3.6%에서 지난해 16.1%로 높아졌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도 3분위(-0.8%,) 4분위(-10.0%), 5분위(-12.6%)로 모두 감소했다. 반면, 1분위와 2분위 사업소득은 각각 11.3%, 15.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3~5분위에 있던 자영업자 가구들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지면서 차례로 추락하여, 중산층 자영업자들은 낮은 소득 분위로 이동하거나 무직 가구가 되고, 하위 소득 1분위와 2분위는 늘어나는 특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하위 분위로 내려가면서 하위 분위의 사업소득이 늘어나는 ‘착시’현상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폐업자 수는 2015년(79만 50명)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90만 8076명까지 증가했으며, 올해는 폐업이 처음으로 100만 곳을 넘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 역시 2015년 81%, 2016년 77.7%, 2017년 87.9%, 2018년 89.2%를 각각 보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명이 점포를 여는 동안 9명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다.


한국 가계부채의 취약 고리: 자영업자의 부채 급증


한국 가계부채의 총액이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살펴보면,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우리나라 경제성장 속도를 나타내는 GDP 성장률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무디스에서 발표한 ‘한국 실질 경제성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1%, 2018년 2.5%, 2019년 2.3%로 성장률이 매년 하락 추세다. 반면에 가계부채 총액은 1203.1조 원(2015년), 1342.5조 원(2016년), 1450.8조 원(2017년), 1534.6조 원(2018년)으로 매년 10%대로 증가하였으며, 2019년 3분기(9월)에 2011.4조 원으로 드디어 2000조가 넘었다. 전년 동기보다 30%대 이상으로 급증하였으며, 가계 대출, 자영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신용카드 빚의 판매신용 잔액은 총 2011.4조 원으로 3개월 전보다 28.8조 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 개인사업자 대출(법인이 아닌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받는 가계부채를 포함) 증가분은 16.3조 원으로 절반을 넘는 56.6%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액은 670조 원에 달하고 있다.

요식업 및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영세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빚을 낸 것이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자들은 은행에서 개인사업자 대출과 함께 가계 대출을 받는데, 대부분 두 가지 대출자금을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사업이 어려워지면 두 가지 대출자금 모두 상환이 어려워지는 특징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자영업자 부채가 국내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영역임을 보여주면서, 자영업자 부채의 급증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맺으면서


예수님의 포도원 품꾼 비유(마태복음 20장 1-16절)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하늘나라에서 제자들이 한 수고에 대해 대가를 어떻게 하시는지를 보여주는 비유이다. 이 비유에서 포도원 주인은 이른 아침 장터에 나가 품꾼들을 모아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약속하고 포도 수확하는 일을 시킨다. 이후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 오후 5시가 되어서도 품꾼을 찾아 일을 시킨다. 해가 저물 무렵 오후 6시, 품삯을 지급할 때 주인은 가장 늦게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품꾼부터 품삯을 하루 일당인 한 데나리온을 주고, 아침 일찍 와서 온종일 일한 품꾼도 원래 계약대로 한 데나리온만 준다. 이에 분노한 처음 품꾼들이 주인에게 불평하지만, 주인은 자기는 잘못한 일 없다. 오히려 선한 나를 악한 사람으로 내몬다고 그들을 책망한다.

포도원 주인의 행위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위배, 경제 정의를 파괴하는 것이며, 부당노동 행위, 국가경쟁력과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그러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포도원 주인은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15절)”고 답변한다. 최저임금인상 정책은 자영업자들에게 ‘주인으로서 선을 행하는 자유 행위마저 원천봉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열어놓는다.

<kis1916@naver.com>


글 | 김인숙

Delaware University에서 경제학석사, Purdue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Dordt College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일경제연구소 경제금융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신한대학교 글로벌통상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