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의 전쟁에 뛰어든 정교모
2020-01-07거짓과의 전쟁에 뛰어든 정교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월드뷰 01 JANUAR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2 |
글/ 제양규(한동대학교 교수)
들어가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조국 교수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도 큰 역할을 했으며,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을 맡아서 정부 주요 정책의 골격을 이루어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쏟아져 나온 비리와 부정은 전 국민을 경악시켰다. 표창장 위조, 허위 인턴 서류, 논문 제1저자 부정등재, 장학금 부정수취,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비리와 부정이 드러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는 많은 대학생과 소외되었던 사람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을 더 경악시킨 것 중의 하나는 이러한 조국 교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많은 지성인들과 집단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양식으로는 받아드리기 힘든 이들의 주장은 많은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전국 교수 서명운동
조국 교수의 비리가 가장 많이 연계된 곳은 대학이었다. 대학 입시와 장학금, 인턴과 논문 등 많은 비리의 내용이 대학 사회와 깊은 연관이 있어서 교수들이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면은 특히 달랐다. 9월 13일부터 시작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는 서명에 짧은 시간 동안 전국 377개 대학의 6,214명의 교수가 참여하였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교수들이 서명에 참여한 것이다.
추석 연휴 중이었던 9월 13일(금)부터 서명이 시작되었고, 9월 16일 서명 교수 숫자가 840명을 돌파하였으며, 9월 17일 서명 4일 만에 서명자 숫자가 2,104명을 돌파하였다. 서명자 숫자가 2,000명을 돌파하였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9월 17일 오후 5시부터 조국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허위서명의 사이버 테러가 시작되었다. 허위서명으로 인해 서명의 진위가 흩뜨려져 서명자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서명을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9월 19일(목)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제1차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290개 대학교의 3,396명 서명자를 발표하였다. 9월 27일(금) 오후 1시 역시 청와대 앞에서 제2차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299개 대학교의 4,366명 서명자를 발표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10월 7일(월)에 “조국의 검찰개혁,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가졌다. 그동안의 모든 허위 서명자를 분리해 내고 10월 22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제3차 기자회견을 통해서 전국 377개 대학의 6,241명 교수 서명자를 발표하면서 5,111명의 교수 명단을 대학별로 공개하였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숫자의 교수들이 서명에 참여한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패권 장악
조국 사태에서 조적조, 조로남불 등 온갖 말들이 만들어졌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국 교수는 자신이 그동안 내뱉은 말에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조국 교수의 이러한 비리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를 강력히 옹호하고, 오히려 검찰을 향해 공격하는 많은 단체와 사람들의 단합된 모습이다. 이들 가운데는 소위 사회적 지도층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소위 적폐청산을 외치며, 사회정의를 주장하던 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과연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가 조국 교수의 모습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정의와 다른 모습이다.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는 서명에 참여한 6,214명의 교수들과 많은 국민은 조국 교수와 이를 옹호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라는 의미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른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남시욱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발간한 ‘한국진보세력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발족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문재인의 청와대 3개실(비서실, 정책실, 국가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63명 중 35%에 해당하는 22명이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이다. 특히 임종석 직할인 비서실의 비서관급 이상 30명 중에서는 57%에 해당하는 17명이 운동권 또는 시민단체 출신이다. 이들 운동권 출신은 주사파인 NL(민족해방) 계열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는 무엇일까?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는 대한민국 일반 국민이 이해하고 있는 사회정의와 전혀 다른 개념인 듯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조국 교수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온갖 비리에 대해서 가족과 자신을 갈라치기 하면서 피해갔다. 부인과 자녀의 비리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법무부 장관 임명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태도가 국민들의 더 많은 공분을 일으켰다.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은 2019년 10월 14일에 사퇴했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던 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며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 앞에 진심 담긴 사과 없이 국민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은 그들 진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였다.
거짓과의 전쟁에 뛰어든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2019년 11월 2일 서명에 참여한 주요 대학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는 서명으로 시작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을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처럼 씽크탱크(Think Tank)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임으로 새롭게 발족하기로 하였다. 대학대표자 모임에서 결정된 내용을 서명에 참여한 모든 교수들에게 알리고, 참가 여부를 문의하였다. 200여 명의 교수들이 새로운 모임으로 참가가 어렵다고 알려오고, 또 추가 가입자가 있어 현재 6,100여 명의 교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공수처 설립에 관한 10가지 질문]의 소책자를 발간하고, 공수처 설립을 반대하는 두 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온 많은 정책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밝히는 [문재인 정부의 10대 거짓]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있다.
[정교모]는 전문분과별 모임을 구성하고 있으며, 전국 지역별로 조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정교모]는 정권과는 상관없이 이 사회가 지켜야 할 진리를 밝혀 나가면서, 거짓과의 전쟁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지성인이라 자처하며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특권을 누려온 [정교모] 교수들은 2019년을 보내면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가장 먼저 [정교모] 교수들에게 있다고 고백하면서, 수치심을 느낄 줄 모르고 끝까지 자신을 정의로운 개혁세력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의 거짓으로부터 이 나라가 해방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ygjei@naver.com>
글 | 제양규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기계연구원 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교수이며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 전국교수연합 중앙실행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