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하루살이 같은 죄인가?
2019-10-28동성애는 하루살이 같은 죄인가?
월드뷰 10 OCTOBER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1 |
이상원/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어떤 윤리 운동가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동성애 반대 운동에 대하여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교회의 재정 비리는 낙타와 같이 심각하고 큰 죄인 반면에, 동성애는 하루살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죄라는 것이다. 실제로 동성애는 개인의 취향의 문제인데 너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기독교권 안에도 있다. 자유주의 계열의 모 신학자는 동성애 운동을 비판하는 책을 펴내면서 “동성애를 해도 나라나 교회가 망하는 일은 없다”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동성애를 가벼운 죄로 취급하는 견해들은 성경이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성경을 조금만 주의 깊게 읽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우상숭배와 비견(比肩) 되는 죄, 동성애
먼저 로마서 1장 24절, 26절, 27절을 보자. 이 본문에는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순리’를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역리’로 바꾸어 쓰는 것 곧, 동성 간의 성행위는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버림받음’과 ‘하나님의 보응’을 받은 증거라는 강력한 비판이 등장한다. 이와 같은 표현 이외에도 로마서 1장이 동성애를 어느 정도 심각한 죄악으로 여기고 있는가 하는 것은 로마서 1장 18절에서 32절까지의 서술 목적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로마서 1장 18절에서 32절은 바울 당시의 이방 사회 특히, 로마 제국의 영역에 나타난 죄악의 상태를 묘사하는 본문이다. 바울의 서술 방식은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시키는 이방 사회의 죄를 종교적인 죄와 윤리적인 죄로 나누어서 소개하되, 종교적인 죄들 가운데 대표적인 심각한 죄를 한 가지 특정하여 지적하고, 윤리적인 죄들 가운데 대표적인 죄를 한 가지 특정하여 지적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이 두 죄는 그 대표성과 심각성에 있어서 동등한 것으로 제시된다.
이방 사회를 대표하는 종교적인 죄는 우상숭배다. 바울은 인간 안에 “하나님을 알만한 것”(종교적 본능 혹은 신 인식 능력)이 있고 만물 안에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핑계하지 못할 만큼 선명히 나타나 있는데도 이방 사회는 이 세계를 만드신 하나님을 창조주로 경배하지 않고 피조물을 하나님으로 숭배하는 종교 관행에 빠졌다고 비판한다(롬 1:19-23, 25). 우상숭배와 동급의 대표적이고 심각한 죄로 지적한 것이 바로 동성애다. 우상숭배와 동성애는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하는 동급의 심각한 죄다.
동성애 관련 본문들에 대한 검토를 계속하기 전에 한국의 현실로 잠깐 돌아와 보자. 일제 강점기 동안 북한 땅은 기독교가 융성했다. 평양은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정도였고, 선천 지역은 주민 거의 다가 기독교인일 정도였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했던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보수적인 신앙이 강했다. 남쪽의 연희전문이 시작부터 자유주의신학에 문호를 개방한 것과는 달리 북쪽의 숭실전문은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다. 이처럼 기독교가 강하게 뿌리내렸던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평양의 예루살렘’이라고 알려진 바로 그곳에서 장로교 총회가 우상숭배 그 자체인 신사참배를 결의했고, 장로교 총회 지도자들이 신사에 가서 참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을 박해하고 전국을 돌면서 신사참배를 독려했던 것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일 수도 있으나, 필자는 이와 같은 기독교 지도자들의 우상숭배에 진노하신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으로 인해 순식간에 북한 전역이 가혹한 박해의 땅,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우상으로 섬기고 주체사상교가 철권으로 다스리는 저주의 땅이 되었다고 해석한다.

평양대부흥의 중심이 되었던 ‘장대현교회’. 북한 정권이 들어선 후 교회가 헐리고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세워졌다. (사진 출처: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장대현교회 있던 자리, 평양 만수대에 위치한 김일성·김정일 동상. (사진 출처: 연합뉴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우상숭배와 동급의 죄인 동성애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합법화하고 동성애에 대한 비판을 국가적 차원에서 금지한다면, 신사참배를 범한 죄에 내리는 하나님의 진노에 버금가는 심판을 받는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은 해석에 대한 사례가 있는가? 그렇다. 바로 창세기 19장에 기록되어 있는 소돔과 고모라 사건이 그 하나이고, 사사기 19장과 20장에 기록되어 있는 레위인의 첩 사건이 다른 하나다.
성경에 나타나는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1) 소돔과 고모라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의 죄가 크게 관영하자 두 성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시고 마지막 확인을 위해 세 천사를 보내신다. 세 천사는 아브라함을 만나 두 성의 멸망 계획을 알렸고 아브람은 롯을 구하기 위하여 천사들에게 간청을 했으나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열 명이 없어서 결국 하나님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 세 천사들 가운데 한 명 – 이 한 명은 예수님이라는 해석이 있다 – 이 빠진 두 명의 천사가 소돔성에 도착했을 때 롯이 이들을 영접한다.
두 천사가 롯의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소돔 백성들이 모여들어 두 천사들을 자신들이 상관하겠으니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상관하겠다”로 번역된 야다는 성관계를 갖겠다는 뜻이다. 아마도 두 천사는 외모가 준수한 남성 천사였던 것 같다. 소돔 백성들은 두 천사와 동성 성관계를 갖고 싶어 한 것이다. 동성 간의 성관계를 이성 간에 이루어지는 비정상적인 성관계보다 한층 더 악한 죄악으로 생각한 롯은 급한 대로 남자와 관계를 갖지 않은 두 딸을 내어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이런 악’ 곧, 동성애만은 하지 말라고 소돔 백성들에게 간청한다. 그러나 이들은 롯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돔성의 실상을 확인한 두 천사는 지체 없이 소돔 성의 파괴 작업에 들어가 롯의 가족을 피신시킨 후 불과 유황을 내려 소돔과 고모라를 파멸시켜 버린다. 원래 불 심판은 하나님께서 종말의 때에 내리시기로 유보해 두신 것인데, 동성애는 하나님으로 하여금 종말의 때를 위하여 예비 된 불 심판을 앞당기기로 결정하도록 할 만큼 크고 심각한 죄다. 여기서 우리는 소돔과 고모라가 교회가 아니라 이방 국가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방 국가에까지도 심판을 앞당겨서 내리게 할 만큼 하나님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큰 죄다. 동성애를 하루살이라고 폄하하며, 동성애를 범해도 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는 거짓 선지자다.
(2) 레위인의 첩 사건
사사기 19장과 20장에는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레위인의 첩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에브라임 산지에 사는 레위 사람(남자)이 유다 베들레헴으로부터 첩(여자)을 맞이했다. 하나님이 따로 불러 세우신 지파인 레위지파 사람이 첩을 얻은 것도 기괴한 일이었다. 아마도 첩은 얼굴이 반반한 여자였던 것 같다. 이 여자는 첩으로 들어온 뒤에 바람을 피웠고 바람을 피운 후에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 은거하면서 넉 달을 지낸다. 레위인은 첩을 자기 집에 데리고 오려고 베들레헴에 갔고, 베들레헴에 간 레위인은 첩을 설득하여 집에 데리고 올 수 있게 되었다. 며칠 더 묵은 후에 떠나라는 장인의 간청에 못 이겨 장인의 집에 머무르던 레위인이 마침내 첩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나선다. 여행 중에 숙박처를 찾지 못한 채 밤을 맞이한 레위인과 첩은 베냐민 지파의 땅인 기브아에서 노숙하려고 했으나 어느 노인의 배려로 이 노인의 집에 묵게 된다.
그런데 레위인의 소식을 들은 기브아의 불량배들이 노인의 집에 몰려든다. 아마도 이 레위인은 외모가 준수했던 것 같다. 불량배들은 레위인을 내놓으라고 노인을 협박하면서 자신들이 레위인과 관계하겠다고 말한다(삿 19:22). 이 본문에서 관계하겠다는 말도 역시 성관계를 갖겠다는 뜻이다. 동성애를 이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관계보다 훨씬 더 악한 행위로 생각했던 노인은 자신의 처녀 딸과 레위인의 첩을 내놓을 테니 ‘이 같은 악행’ 곧, 동성애만을 행하지 말아 달라고 청원한다. 하지만 노인에게 미안했던 레위인이 노인의 딸을 내어 주는 것을 극구 만류했던 것 같다. 이에 불량배들은 레위인이 내놓은 첩을 밤새도록 윤간했고, 윤간이 끝난 새벽에는 첩이 죽고 말았다.
레위인은 죽은 첩의 시신을 칼로 열두 덩이로 자른 후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게 한 덩이씩을 보낸다. 시신 덩어리를 받은 열한 지파가 모여서 베냐민 지파에게 불량배들을 내놓으라고 했으나 베냐민 지파가 응하지 않자 열한 지파의 40만 대군과 베냐민 지파의 이만 육천 명 및 베냐민 지파와 연합한 기브아 주민 칠백 명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 백성들 안에서 벌어진 유일한 내전이다. 베냐민 지파는 전쟁에 능한 지파였기 때문에 첫 싸움에서 베냐민 지파가 승리하여 열한 지파의 병사 이만 이천 명이 전사한다. 그러나 곧이어 벌어진 두 번째 전투에서 방심한 베냐민 지파가 패하여 이만 오천 명이 전사하고 싸움이 끝난다. 이 전투로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사만 칠천 명이 전사했고, 베냐민 지파가 궤멸되다시피 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처럼 동성애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참혹한 살육이 뒤따른 유일한 내전의 빌미가 되었다. 이방 국가였던 소돔과 고모라와는 달리 레위인의 첩 사건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사건으로서 동성애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를 심각한 분열과 붕괴로 몰아넣는다는 교훈을 준다. 동성애를 허용한 교단과 교회는 반드시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현재 미국 최대의 장로교단인 PCUSA는 동성애를 허용한 이후 매년 5만 명 이상씩 회원이 줄어들고 있으며, 동성애를 허용하는 교단에 동의하지 않는 교회들이 속속 교단을 탈퇴하여 이미 별도의 복음적인 교단을 만들었다.
이상에 살펴 본 성경 본문들의 증거만 가지고도 우리는 동성애가 결코 하루살이 정도에 불과한 가벼운 죄가 아니라 국가와 교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심각하고 위중한 죄악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동성애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성경적인 이유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에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M.)와 네덜란드 캄펜신학대학교(Th.D.)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톤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