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유일사상체계의 변화와 기독교의 유사성

2019-07-03 0 By worldview

김일성 유일사상체계의 변화와 기독교의 유사성

 

월드뷰 07 JULY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글/ 정교진 북한학 박사

 

북한 주민들의 정신세계, 세계관을 지배해온 사상

 

1967년, 북한이 당의 유일사상으로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 김일성 일인 독재 권력이 구축되었다. 1974년에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체계화시켜 <김일성 주의>를 선언한다. 김일성 주의는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와 ‘김정일 유일 지도 체계’로 구조화되었다. 후자는 김정일의 유일적 지도 아래에서만이 김일성의 혁명 사상이 완수된다는 논리로, 김정일이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다. 2012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곧바로 김일성 주의를 <김일성-김정일 주의>로 확대·강화시켰다. 이것은 <김정일 애국주의>로 대변되는데,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 아래에서만 완성된다는 새로운 논리로 김정은의 시대를 활짝 열게 해주었다. 주체라는 용어가 하나의 사상으로 제시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50년 넘게 김 씨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정신세계, 세계관을 완전히 지배해오고 있다. 사상의 철로가 되어 탈선하면 곧 죽음이라는 공포를 조장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김일성이 제시한 주체사상의 원리가 무엇이길래 일인 독재를 가능케 했는가? 김정일이 체계화시킨 그 사상이 어떤 성격이기에 김일성은 신적 존재가 되고 김정일은 유일무이한 후계자로 권력을 향유할 수 있었는가? 김정은은 그 사상을 어떻게 심화·발전시켰길래 미진한 후계자 수업에도 불구하고 30대 초반에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했는가? 필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주체사상 및 그 체계의 틀을 종교적 성격으로 접근하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유일사상 체계는 그 성격에 있어 기독교의 신앙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그 핵심은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와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그 존재 방식에 있어서 비견된다는 사실이다.

 

일 지도 체계에서의 복음적 모형

: 율법의 완성자 예수 그리스도, 유일사상의 완성자 김정일

 

구약의 핵심이 율법이라면, 신약의 핵심은 복음이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새 언약이자,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다. 곧, 복음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또한, 그분은 구원의 주체이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복음은 율법을 완성시킨 것으로, 그 율법의 완성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 신약은 복음의 주체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율법을 완성시키는 것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태복음 5장 22절에서는 십계명 중, 제6계명인 ‘살인하지 말라’를 보완하여 ‘형제를 미워하지 말라’라는 복음을 제시하였고, 28절에서는 제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를 강화하여 ‘음욕을 품지 말라’는 복음으로 완성 시켰다. 이를 통해, 성경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율법의 해석자, 보완자, 완성자 이심을 선언한다. 율법을 완성시키는 목적은 믿는 자들로 하여금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같이 온전하게 함으로(마 5:48) 아버지께로 가는 생명의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요 14:6).

김정일은 ‘유일 지도 체계’를 내세우면서 자신이 주체사상의 유일한 해석자요, 계승자요, 완성자라고 선언하였다. 이런 면에서, ‘김정일 유일 지도 체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성격에서 매우 유사하다. 동시에, 김정일은 율법의 해석자요, 율법을 완성시키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 존재 방식이 비견된다. 그는 주체사상을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와 ‘김정일 유일 지도 체계’로 양분시켰고 이를 <김일성주의>로 천명했다. 또한, 구약의 십계명과 같은 10대 원칙(1967년, 김영주(김일성 친동생)가 초안 작성)을 보완하여 충성의 대상에 자신을 포함시켜 명문화시켰다. 제10조에 “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라는 내용을 추가시킨 것이다.

유일사상의 독점권을 행사하던 김정일은 1986년에는 ‘혁명적 수령관’(1974년)을 ‘사회 정치 생명체론’으로 강화시켜 김일성의 지위를 신적 위치까지 올려놓았다. 다음 해, 1987년에는 김일성 신격화의 일환으로 <김일성 전설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에게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하는 ‘수령 결사 옹위 정신’, ‘총 폭탄 정신’을 종용 받게 된 것이다.

 

김정은, 유일 영도 체계화로 리더십 확보

: 북한의 삼위일체 교리 완료

 

김정일에 의해 <김일성 주의>로 공표된 주체사상은 김정은에 의해 <김일성-김정일 주의>로 확대·강화되었다. 김정일 주의는 ‘김정일 애국주의’를 가리킨다. <김일성-김정일 주의>는 김일성, 김정일의 혁명 사상을 결합시킨 것에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를 그 지도 체계로 한 것이다. 즉, 김일성-김정일의 혁명 사상은 오직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에 의해서만 완수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이어 주체사상의 해석자요, 계승자요, 완성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주도적으로 정식화한 <김정일 애국주의>는 크게 ‘조국관,’ ‘인민관,’ ‘후대관’으로 나뉘는데,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김정은은 2013년 6월에 10대원칙의 ‘유일사상 체계의 확립’을 ‘유일 영도 체계의 확립’으로 수정하면서 그 자신도 충성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1조에서 ‘김정일 주의화’를 추가하였고 제10조에는 혁명 위업의 ‘대를 이어’를 ‘백두 혈통으로’라고 바꾸었다. 제6조에는 특정 간부, 개별적 간부에 대한 맹목적 추종 금지 내용을 더욱 강화시켰는데, 이 원칙이 개정되고 6개월 후에 장성택이 즉결 처형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 돌입 후, 북한의 ‘삼위일체’ 교리가 완료되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존재 원리가 삼위일체인 것처럼, 북한에서 김 씨 3대 부자의 존재 원리도 삼위일체로 설명된다. 기존에 북한의 삼위일체로 제시되어왔던 김일성-김정일-주체사상(당)은 기독교의 원리와는 상이하다.

북한의 삼위일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가리킨다. 김정은 정권 이전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이위일체’ 원리만 성립되었을 뿐이다. 김정은이 포함된 삼위일체 원리는 북한이 내세우는 영생론에 기초한다. 북한은 2012년 2월에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금수산태양궁전’, ‘수령영생궁전’으로 명명했다. 2013년에는 <수령영생법전>을 만들어 김일성-김정일의 영생론을 법제화시켰다. 영생하는 김일성-김정일의 존재방식은 크게 세 가지(곳)이다. 하나는 ‘수령영생궁전’이고 다른 하나는 ‘인민들 마음 안’이다. 또 다른 하나가 바로 김정은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세 번째를 가장 내세우고 있다. 이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대표적인 것이 ‘수령복-장군복’이라는 용어인데, 이 슬로건이 사용될 때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은 삼위일체 존재방식으로 선전된다.

 

북한 주민들 세계관의 현주소

: 신화적 사고, 대중적 ‘신들림의 현상’

 

북한 김일성이 주체사상을, 김정일이 ‘김일성 주의’를,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지도 이념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목적은 북한 주민들의 정신 및 사고를 지배하여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및 절대적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이는 정치학자 메리암(Charles e, Merriam)이 제시한 권력 유지 이론인 크레덴다(credenda) 원칙에 부합된다. 이 원칙은 1) 통치 체제에 대한 존경(respect) 2) 기존의 권위에 복종(obedience) 3)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sacrifice) 4) 합법성(legality)의 독점, 이 네 가지로 분류된다. 권력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및 사상의 틀을 만들어 지배 구조를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이 원리 안에서는 권력자에 대한 어떤 이견도 존재할 수 없다. 만일,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그는 바로 대적자, 반역자, 루시퍼로 몰려 제거, 박멸 대상이 되고 만다.

북한 최고 지도자들에 대한 절대적 충성 및 무조건적인 순응은 결국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피어슨(C. A. Van Peursen)이 제시한 ‘신화적 사고’에 지배당하게 한다. 피어슨은 현대에서도 원시적인 신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주변의 힘과 환경에 적응하려는 태도, 방법을 ‘신화적 사고 방법’(mythical thinking)이라고 하였다. 그는 신화적 사고방식의 기본적 특성의 하나를 생명과 우주를 주재하는 근원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과 전율의 태도로 보았다. 또한, 진정한 신화적 사고는 사람이 그것을 신화적인 것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마치 자신이 하나의 인상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그로 인해, ‘신들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즉, 사람이 자유로운 사색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인상의 포로가 되는 식의 사고를 신화적 사고로 규정하였던 것이다.

피어슨이 제시한 ‘신화적 사고’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김 씨 독재 정권 하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서 이 사고(의식)는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북한 주민들은 절대성이 부여된 지도자 인상에 사로잡혀있다. 지도자 인상에 대한 대중적 ‘신들림의 현상’에 빠져있다. 이로 인해, 북한은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선전하면서 (2014년, 김정은 혁명 활동 교수 참고서 내용) 그가 세 살 때 자동차를 몰고, 사격에서는 백발백중의 명사수라는 스토리를 가공해내는 것이다(2014년, 김정은 혁명 활동 교수 참고서 내용). 그런데, 이 같은 선전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통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북한 주민들 세계관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가늠할 수 있다.

<ezekiel21@snu.ac.kr>

 

글 | 정교진

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B.A)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북한 선교(탈북자 사역)를 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국내선교회 북한선교부장을 역임했으며,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북한학과(Th.M, Ph.D)를 졸업했다.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사랑깊은 교회(침례교)에서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있다. 신간 소설 <역사 위에 서다>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