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수정안 제안설명
2021-11-12
월드뷰 NOVEMBER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2 |
글/ 정경희 (제21대 국회의원)
한국교회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와 기독교학교 단체 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31일에 교사 채용 시 교육청 필기시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다음은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경희 의원이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제안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제안설명 전문이다. 여당이 국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개정안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본 보는 이 개정안 처리 과정과 내용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정경희 의원의 수정안 제안설명 전문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존경하는 김상희 부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입니다. 저는 본회의에 상정되어 있는 사립학교법 대안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사립학교법 수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립학교법 대안처리 과정의 문제점
사립학교법 대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교육위원장이 교체되기 전에 본회의에서 처리할 목적으로 자그마치 16개 개정안을 하나로 묶어 야당과 사립학교를 깔아뭉개고 과속으로 달려온 뺑소니 법안입니다.
민주당의 날치기 처리를 최대한 막아보려고 야당이 안건조정위원회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2중대요, 가짜 야당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정해 4대 2로 진짜 야당을 간단히 무력화시켰습니다. 여당이 이처럼 꼼수를 쓰는 바람에 안건에 대해서 여야가 90일간 심도 있게 논의하라는 취지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는 90일은커녕 단 10시간 만에 그 구성부터 심사까지 종결되었습니다. 의견이 다른 야당에 대한 설득과 합의의 과정 없이 오로지 다수의 힘으로, 표결로만 처리하려 한다면 이것이 의회 독재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처럼 사립학교법 대안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법안으로 본회의에 올라와서는 안 되는 법안입니다.
사립학교법 대안 내용의 문제점
이 사립학교법 대안은 처리절차도 문제였지만 법안의 내용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지금 상정되어 있는 사립학교법 대안 전체가 사학 자체를 부정하고 말살하려는 개악법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안 제29조 제4항과 제31조 제3항에 사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하면서 현행법상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 사항을 심의사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법안 제53조의2 제11항을 신설하여 사립학교 교원의 신규채용 시 의무적으로 시도교육청에 위탁하여 필기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 제70조의4, 제70조의5, 제70조의6 등은 교육청이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징계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들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개선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학 자체를 부정하고 말살하려는 것입니다.
사립학교법 대안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 대안은 본회의에 상정된 초중등교육법 대안과 함께 사립학교를 정치화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자문기구인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를 학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심의기구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원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학교운영위원회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마다 설립되는 위원회로 학교 헌장과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학교의 예산과 결산, 학교 교육 과정의 운영방법 등 학교운영의 주요사항을 심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의원님 여러분, 학교운영위원회에 기초의원, 광역의원 등 정치인이 얼마나 있는지 아십니까? 기초의원, 광역의원의 27%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는 40%를 넘고 인천은 50%를 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함으로써 학부모들과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고, 학교운영에 참여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기구로 격상되면 학교는 배움의 장이 아니라 정치의 장이 될 게 뻔하고, 학교는 정치투쟁에 휘둘려 자율성을 잃고 말 것입니다.
또 이 대안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사립학교들은 학교마다 건학이념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 발전과 인재양성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이들 사립학교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국공립학교가 하기 어려운 특색 있는 교육을 하는 등, 공립 교육을 보완하며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들 사립학교의 교원은 기존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미 투명하게 공개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사립학교가 서울에서만 300명 이상을 공개 채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립학교법 대안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무조건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말이 위탁이지 실제로는 강제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국제적인 흐름과도 배치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사립학교 교사를 뽑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선진국 가운데는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부가 사립학교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립학교법의 모델이 된 일본은 학생 모집, 회계 운영, 교사 채용에 재량권을 주어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경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 중 극히 일부 사학의 비리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사학의 교원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사학 전체를 잠재적 범법자 취급하는 것으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입니다. 결국, 사립학교의 인사권을 빼앗고 사학의 자주적 운영을 가로막겠다는 것입니다.
사학의 비리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도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으며, 임시이사 선임을 통해 경영 주체를 변경하거나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통해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 사립학교에 대해 일벌백계로 처벌해서 비리를 근절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대안대로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서 한다 한들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례를 보십시오. 특별채용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어 현재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2018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직전인 2018년 4월 전교조 서울지부로부터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재선된 직후인 7월에 채용 담당 부서에 “특별채용을 검토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교육청 담당자와 국장, 과장, 부교육감 모두 “법에 어긋난다.” “직권남용으로 수사받을 수 있다”라며 반대하자, 이들을 배제하고 특별채용안을 단독 결재했습니다. 이후 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전교조 간부 출신 비서실장에게 실무를 맡겼고, 비서실장은 담당 부서 국장, 과장이 심사위원을 정하게 돼 있는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과 친분 있는 인사들을 포함한 특별채용 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특별채용을 관철시켰습니다. 특채된 5명은 2019년 1월 서울 시내 중·고교 교사로 임용됐습니다. 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친(親)전교조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주고 조직적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한 교사들이고, 다른 1명은 2002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터넷 댓글을 달아 선거법 위반으로 퇴직한 교사입니다.
이러한 조희연 교육감의 행위는 자신의 교육감 선거 재선에 도움을 준 세력에 이른바 ‘보은(報恩)’을 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시험, 임용에 관해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44조를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열린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는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기소’를 의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무자격 공모 교장 채용은 특정 단체 출신들의 ‘교장 가는 길’로 여겨질만큼 편향되어 그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각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29명 중 72.4%(21명)가 전교조 출신이었습니다. 심지어 전교조 출신 인천시 교육감의 전 보좌관은 전교조 출신을 공모 교장으로 뽑기 위해서 응모한 전교조 출신 교사로 하여금 공모 교장 시험문제를 직접 만들도록 한 다음 그 문제를 시험에 출제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원 및 공모 교장을 교육청이 선발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채용 비리가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에 사립학교 교원 채용을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입니다. 게다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14개를 장악한 친(親)전교조, 좌파교육감들이 사립학교의 건학이념과 동떨어진 좌편향 교사들을 선발해 사학을 장악하려 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사립학교법 수정안
지금까지 말씀드린 사립학교법 대안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본 수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본 수정안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사립학교를 정치의 장으로 만드는 조항들을 과감히 삭제하였습니다. 이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려는 법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본 수정안은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조항을 삭제하여 학교운영위원회는 그대로 자문기구로 두도록 하였습니다. 교육청이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징계권까지 일일이 간섭하려는 조항들도 삭제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신규채용 시 교육청에 위탁을 의무화하는 조항은 수정하여,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채용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채용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은 제31조 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극소수 사학의 비리를 내세워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빼앗고 자주적 운영을 가로막아 사학을 말살하려는 사립학교법 대안은 위헌입니다. 이 위헌적인 사립학교법 대안에 과감히 반대하시고 대신에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립학교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본 수정안에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서 찬성 표결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경희 (국민의힘 국회의원, 교육위원회)
<kh7841571@naver.com>
글 | 정경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산대학교 교수와 UC버클리 역사학과 객원학자, 국사편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제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며,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