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일을 위해, 아름다운 피켓을 들다

아름다운 일을 위해, 아름다운 피켓을 들다

2019-12-10 2 By worldview

“아름다운 일을 위해, 아름다운 피켓을 들다.”

월드뷰 12 DECEMBER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7

글/ 서윤화(아름다운피켓 대표)

시작,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불붙는 마음

2011년 11월, 한 모임에서 예배를 드리던 중 설교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무분별한 성관계로 이듬해 수많은 아기가 낙태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에겐 그 이야기가 ‘그저 한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낙태율이 높다는 것은 그동안 익히 알고 있던 정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날에서야 그 이야기 속에서 요동치는 예수님의 마음을 느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예수님 오심을 기뻐하며 교회 안에서 즐거워할 때, 정작 예수님은 세상 속에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희생(낙태) 되는 아기들을 위해 울고 계셨던 것이다.

당일 설교의 중심 내용이 낙태에 관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더는 설교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요동치는 마음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붙는 마음과 어쩔 줄 모르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채, 예배 후 당시 섬기고 있던 교회의 담임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밤늦은 시간에 울면서 두서없이, 거리로 나가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을 쏟아 놓았고 감사하게도 목사님은 “윤화야, 네가 받은 마음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목사님이 교회와 함께 그 일을 힘써 돕도록 할게. 함께 모여 의논해보자꾸나”라고 하셨다.

“당신은 세상의 빛입니다”

그 이후 교회의 여러분들과 함께 캠페인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되었다. 서로 기도하며 의논한 결과, <당신은 세상의 빛입니다>라는 문구를 현수막에 적어 서울의 일곱 군데 지역에서 캠페인을 하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불붙는 마음에 세상을 향해 “제발 정신 차리세요!!”라고 외치고픈 마음이었던 터라, 처음에는 이 부드러운 문구가 속 시원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하나님께서는 가장 먼저 하나님의 자녀들을 어두운 일 가운데로부터 돌이키길 원하셨던 것 같았다. 한때 교회를 다녀봤고 하나님을 믿었던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이 문구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건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길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피켓}의 사역은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이끄심

첫 캠페인을 끝내고부터 매년 하나님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이 활동을 계속하길 원하시는지 말이다. 2012년부터 2년간은 건강이 안 좋아 대전의 부모님 댁에 내려가 있게 되면서 기존 교회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과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면 혼자서라도 거리로 나가 외치고 싶었다. 하나님이 말씀만 하시면 말이다. 나에겐 이 사역이 하나님의 뜻인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작년에 했으니 으레 진행하는 당연함보다, 그저 하나님의 원하심을 원했다. 나의 열심보다 하나님의 열심을 원했고 그렇게 매년 겨울, 이러한 이유로 늘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은 기도할 때마다 늘 큰 눈물과 함께 감동을 주시며 이 사역을 지속할 수 있는 평안과 힘을 주셨고 그렇게 한 해 두 해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활동이 쌓여 갔다.

대전에서 한 해를 진행하고 건강을 회복한 후, 다시 서울에서 활동하였다. 일과 학업, 사역을 함께 감당하며 캠페인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당일에 함께 해 줄 봉사자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크리스천들이라 크리스마스 때는 교회 사역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나도 교회에서 사역자로서 사역하느라 스케줄이 맞지 않을 수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교회 사역 스케줄과 크리스마스 캠페인의 스케줄과는 늘 겹치지 않았다.) 교회에 사역이 없다고 해도 추운 겨울 바깥에서, 그것도 번화가 사람 많은 곳에서 당당히 피켓을 들기는 더욱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염려가 무색해지도록 때에 따라 봉사자들을 다양하게 보내 주셨다.

[낙태반대운동연합]에서 활동해오던 한 자매의 디자인 재능 기부와 참여가 그 시작이었다. 또한 {아름다운피켓} 페이스북을 통해, 수원에 있는 [러브더월드(미혼모부, 한부모 가정 사역)]의 목사님 부부는 미혼모부들을 돌보고 있는 단체라 ‘원치 않는 임신 예방 캠페인’에 대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사역을, 먼저 이렇게 해 주고 계셔서 너무나 감사해요”라며 너무 반가워하셨다. 이렇게 수원 거리에서도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위기 청소년 사역을 하시는 [위키코리아/주영광교회] 임귀복 목사님 또한 그동안 낙태를 반대하며 미혼모 청소년들을 섬겨 오셨던 터라, 이 사역에 큰 반가움을 표시하시며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약속하셨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임신을 하였지만, 목사님의 도움으로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 청소년들이 함께 해 주어 더욱 의미 있는 캠페인이 되었다. 또 한 교회에서도 십여 명이 함께 오셔서 중보 기도와 함께 캠페인 사역을 감당해 주셨다.

그밖에도 2017년에는 목회자 사모이자 배우이신 이아린씨께서 홍보 대사로 함께 피켓을 들고 활동해 주었고, 2018년에는 크리스천 가수이자 다둥이 아빠로 유명한 VOS 박지헌씨께서 영상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기도 하였다. 하나님은 이러한 지지자들을 때에 따라 보내주심으로 이 사역을 응원하시고 지속하게 하셨다.

{아름다운피켓}의 지경을 넓히시는 하나님

캠페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사역의 내용이 풍성해졌다. 초반에는 ‘낙태 방지 캠페인’이라는 이름만으로 활동하다가, 향후 ‘자살 예방 캠페인’도 고려하고 있었기에, 정식 이름이 필요하게 되어 {아름다운피켓}이라는 이름과 로고를 만들게 되었다. “아름다운 일을 위해, 아름다운 피켓을 들다”라는 표어는 아름다운 내용과 문구로 시민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가 그들의 생각을 선한 생각으로 변화시키기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자살 예방 캠페인’도 담기 위해 포괄적으로 지어진 {아름다운피켓}은 이름이 지어진 지 일 년 만에, 감사하게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와 만나게 되었고 봉사 활동 점수 인정과 함께 기다리고 기대했던 ‘자살 예방 피켓’까지 제작하고 시작하게 하셨다.

또한, 그동안 피켓만으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면, 이제는 활동의 범위를 넓혀 SNS 인증샷 올리기, 스티커 설문 조사를 통한 직접적인 시민 인식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또한, 활동에 참여해주시는 시민들에겐 태아 발 모양 배지(10주 태아-발 모형)를 선물로 제공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에게 태아가 ‘세포’가 아닌 ‘생명’임을 인식시켜 나가고 있다. (태아 발 배지는 개당 800원가량 금액이 소요되는데 작년엔 약 500~800개 사이의 개수로 제작하였으며, 매년 후원으로 들어오는 금액을 고려한 재정 상황 안에서 피켓 제작 및 발 배지 제작의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역의 열매들

캠페인을 진행하며 힘들었던 부분은 사역의 결과가 바로 열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높이 드는 피켓의 문구가 저들에게 얼마큼 영향력을 끼칠까?’, ‘우리가 외치는 구호가 저들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귀한 후원금으로 마련된 태아 발 배지가 그들의 곁에 머물러 얼마나 그들의 삶에 의미 있는 존재로 남아 있을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큰 위로의 기회를 주셨다.

‘낙태 방지 캠페인’인 줄도 모르고 심심하다고 친구 따라와서 억지로 캠페인에 참여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 알고 보니 20대 시절 철없는 연애 속에 여자 친구의 낙태를 방임하였던 적이 있었던 청년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얼마 후, 캠페인 참여자 후기 나눔 모임 가운데 그 청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때 이 청년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제가 철없을 때 여자 친구가 임신해서 낙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뭣 모르고 따라와서 참여한 캠페인이 ‘낙태 방지 캠페인’이라 마음도 불편하고 죄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캠페인이 끝나고 다음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사귀고 있던 여자 친구가 임신했다는 거예요. 사실 예전 같았다면 ‘어쩌라고, 나랑 뭔 상관이야. 네 마음대로 해~’라고 얘기해버렸을 거예요. 그런데 제 주머니에 있던 ‘태아 발 배지’를 보고, 제 마음이 바뀌었고 친구에게 단호하게 말했어요. ‘너 아이 지우기만 해!! 너랑 다시는 얼굴 안 본다. 여자 친구랑 결혼하던지, 아이를 낳든지 하라고!! 그러지 않을 거라면 나에게 다신 연락하지 마!!’ 그랬더니 친구에게 며칠 후 연락이 왔어요. 여자 친구랑 결혼하기로 했고 날짜를 잡았다고요.”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 눈물이 났다. 그동안은 눈에 보이는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그저 믿음으로 하는 사역이라고 위로하며 진행해왔는데,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 주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캠페인 참여자들을 향한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많은 위로를 주셨다. 봉사에 참여해 주심을 감사하는 카드와 그들도 한때 소중한 생명을 가진 태아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함께 캠페인 활동 전과 후의 생각을 설문 조사를 통해 물었을 때, 많은 학생의 생각이 무관심 또는 낙태 찬성에서 낙태 반대와 관심 등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역의 열매들로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피켓}의 사역을 한층 더 견고하게 세워나가셨다.

2019년 캠페인을 준비하며

이제 2019년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단체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www.beautifulpicket.com)를 개설했고 전용 계좌를 개설 중이다. 또한, 전문 영상과 사진 자료, 더 따뜻한 문구와 피켓 디자인을 위한 재능 기부자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새로운 피켓 제작과 태아 발 배지 제작, 캠페인 진행에 필요한 재정 후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역을 함께 기도하며 이끌어 갈, 메인 스텝이다.

나는 소망한다. 비록 {아름다운피켓}은 기독교 단체만의 사역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종교적 색채가 전혀 없는 ‘자발적 시민 단체’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 나눔을 듣고 마음을 받는 수많은 교회가 동참하길 말이다. 그래서 성탄절 행사를 마치고 교회의 남녀노소 모두가 가까운 거리로 나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피켓, {아름다운피켓}을 함께 들게 될 것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beautifulpicket@gmail.com>

{아름다운피켓} 홈페이지: www.beautifulpicket.com
사역 후원 및 봉사활동 문의: beautifulpicket@gmail.com
후원계좌: 카카오뱅크 3333-08-4424041 (서윤화)
—> 후원금과 사용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와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해서 공지되고 있습니다.

글 | 서윤화

백석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으며,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낙태 방지 캠페인과 자살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는 {아름다운피켓}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찬양 사역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어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그의 신앙 고백을 들을 수 있으며 현재 양재동의 주님의 십자가 교회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