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자국민 인권침해 양상: 생명권과 노동권 측면으로

북한 정권의 자국민 인권침해 양상: 생명권과 노동권 측면으로

2019-12-06 0 By worldview

북한 정권의 자국민 인권침해 양상: 생명권과 노동권 측면으로

 

월드뷰 12 DECEMBER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글/ 정교진(북한학 박사)

 

들어가는 말

 

유엔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그 기본적 권리를 30개 조항으로 간추린 세계인권선언(UDHR)을 일찍이 만방에 천명하였다. 그러면서,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북한은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북한도 헌법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다. 북한 헌법 서문에는 ‘이민위천’(以民爲天)으로 표기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여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계시고 인민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시였으며…….”라고 적시해 놓고 있다. 다른 말로는 숭고한 ‘인덕정치’(仁德政治)라고 표방했다. 북한 헌법 본문 제8조에도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처럼, 북한도 인간 존중 관련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얼마나 그 법들을 잘 준수하느냐이다. 세계인권선언(UDHR)도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며 법률의 보호를 제대로 받고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인권선언(UDHR)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생명권(제3조)과 근로(제22조) 및 휴식(제24조)의 권리,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 정권의 ‘인간의 존엄성’ 훼손을 짚어보고자 한다.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유엔인권이사회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아 조사에 들어간 북한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은 크게 9가지1)였는데, 아쉽게도 노동권(근로, 휴식의 권리)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간 존중 차원에서 꼭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노동 인권 실패를 다룬 BBC 기사 중에서.

 

북한의 ‘생명권’ 관련 법률과 위배 상황

 

인간 존엄과 가치 실현을 위한 최우선은 생명권이다. 어느 나라가 인간 존중(인권)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은 국민 개개인의 생명권 보장 여부이다. 우선은 법적 장치를 마련했느냐이다. 두 번째는 그 법을 준수하느냐이다. 후자(법적 장치 마련)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많은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북한도 법적으로는 개개인의 생명권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형법(2012년 개정본) 제1조에서는 생명권을 포함한 인격권을 ‘인민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보장’이라고 표현한다. 용서와 관용을 베푸는 조항(제5조)도 설치해 놓았다. “국가는 범죄를 저지른자라 하더라도 자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자수한자에 대해여서는 관대히 용서하도록 한다.”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제11조에서는 형사책임의 나이를 14살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형법 제27조는 형벌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는데, 첫 번째 사형부터 시작해서 무기로동교화형, 유기로동교화형, 로동단련형, 선거권박탈형, 재산몰수형, 벌금형, 자격박탈형, 자격정지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형부터 로동단령형은 ‘기본형벌’로, 선거권박탈형부터 자격정지형은 ‘부가형벌’로 제28조에서는 규정하고 있다.

생명권과 관련 있는 형벌은 사형 형벌이다. 제29조에 사형에 대해 적시하고 있는데, “사형은 범죄자의 육체적생명을 박탈하는 최고의 형벌이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 18살에 이르지 못한자에 대하여서는 사형을 줄수 없으며 임신녀성에 대하여서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생명권을 잘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18세 이하는 살인 및 어떠한 중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생명을 박탈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북한에서는 17세가 되었을 때 선거권과 피선권의 권리를 부여(헌법 66조)받는데 이는 북한에서 성인으로 인정되는 나이가 17세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성인이 되기 전에는 사형의 형벌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법적 장치이다. 임신 여성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분명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미성년자 처형 관련 소식은 그렇지만, 중국으로부터 강제북송 당한 임신 여성이 그 태아와 함께 속절없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지는 이미 오래전부터이다.

도로 보수공사하는 북한 어린이들(2014). David Guttenfelder/ AP Photo

 

미성년자 노동하지 않을 권리, 법률적 보장

 

인간 존중에 있어 노동권, 근로 및 휴식의 권리보장도 큰 몫을 차지한다. 북한에서도 법적으로는 노동권이 잘 보장되어있다. 북한노동법 제12조는 “로동과 휴식을 옳게 결합하며 근로자들의 로동을 보호하는 것은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사회주의제도의 본성적 요구이다.”라고 명시했다. 계속해서 “국가는 근로자들이 로동과정에서 소모한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전반적 무상치료제와 선진적인 로동보호제도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고 하였다. 노동권 보장도 법적으로는 매우 그럴싸하다. 더 나아가 미성년자에게는 노동을 금하는 법안도 마련되어 있다. 노동법 15조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로동하는 나이는 만16세부터이다. 국가는 로동하는 나이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의 로동을 금지한다.”고 적시했다. 북한 형법 제191조(미성인에게 로동을 시킨죄)는 “로동할 나이에 이르지 못한 미성인(16세 미만)에게 로동을 시킨자는 2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라고 미성년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관련 법안들이 무색할 만큼, 북한 정권은 어린이들을 노동현장, 건설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어린이들을 노동현장에 투입시키는 경우는 형벌 차원이기 때문이다. 북한 형법 제31조(로동단련형)는 “로동단련형은 범죄자를 일정한 장소에 보내어 로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집행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미성년자도 해당된다. 따라서, 북한 어린이들 노동현장 투입은 로동단련형 형벌로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로동단련형도 그 기한이 제한되어 있다. 제31조에는 “로동단련형 기간은 6개월부터 2년까지로 한다. 범죄를 병합하거나 합산할 경우에도 로동단련형 기간은 2년을 넘을 수 없다.”라고 되어있다. 범죄자라도 2년 이상을 노동을 시킬 수 없다는 법적 장치다. 북한법으로만 봐도 북한의 어린아이들은 범죄자보다 오히려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미성년자 노동력 착취 양상

 

북한 정권은 어린이들의 노력 동원을 위해 <영예의 붉은기> 쟁취운동을 전개하여 학교마다 충성경쟁을 부추긴다. 북한은 해마다 모범적인 학교들을 선정해서 <영예의 붉은기>를 수여하는데, 선정된 학교들은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된다. 북한의 당 기관지이며 대표적인 일간지인 노동신문을 확인해보니 인민학교(소학교)까지 선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선정된 이유를 유능한 혁명 인재로 키우는데 모범적인 학교들이라고 했지만, 학생들의 노동력 투입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몇 개월 전(6.6), 노동신문은 조선소년단 창립 73주년을 기념하는 사설에서 소년단(만 7세~13세) 활동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었다. “조선소년단의 애국충정의 전통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우리 소년단원들은 자나깨나 경애하는 원수님만을 그리며 원수님의 뜻을 받드는데 적은 힘이나마 이바지할 일념 안고 삼지연군꾸리기를 비롯한 대건설전투를 적극 지원하고있다.”고 하였다. 조선소년단 회원이 만 7세부터 13세까지임을 감안할 때, 이 내용은 북한 정권이 어린아이들을 노동현장에 투입시키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고 얼마나 노동력 착취가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북한 어린이들의 노동력 착취 및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현장이 ‘대집단체조’임은 누구나 주지하는 바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 적이 있다.

 

북한의 성인, 노동권 보호 관련 법률

 

성인들의 노동권 보호에 대해서도 북한은 법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북한노동법 제16조는 “근로자들의 하루 로동시간은 8시간이다. 국가는 로동의 힘든 정도와 특수한조건에 따라 하루 로동시간을 7시간 또는 6시간으로 한다. 3명 이상의 어린이를 가진 녀성로동자들의 하루 로동시간은 6시간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성인이라도 하루 노동을 8시간으로 제한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 제32조에서는 “공장, 기업소, 사회협동단체는 생산공정의 특성, 기술장비수준, 작업조건 등에 맞게 로동규칙을 바로 하며 로력관리질서를 철저히 세우고 로동조건을 충분히 보장하여 로력랑비를 없애고 근로자들의 480분(8시간) 로동시간을 완전히 리용하도록 한다.” 노동시간의 8시간 제한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제33조도 “국가는 근로자들의 로동생활조직에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학습하는 원칙을 철저히 관철한다.”라고 다시금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임을 못을 박고 있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성인들에게도 절대로 8시간의 노동을 초과하지 말라고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성인 노동력 착취 양상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북한은 성인들의 노력 동원을 위해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대 혁명은 사상, 기술, 문화에서의 혁명을 뜻한다. 이 운동 또한, 각 기업소, 공장, 건설 현장들로 하여금 충성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모범 기업소, 공장으로 선정하여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하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추켜세운다. 그날부로, 전 지역의 모든 노동현장은 밤샘 철야에 돌입하게 된다. 이런 생생한 장면을 북한 언론매체는 매일같이 자랑인 양 쏟아내고 있다.

현재, 김정은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설현장은 삼지연군이다. 김정은은 2016년 11월, 삼지연군을 혁명의 성지로 북한에서 가장 본보기가 되는 군으로 만들라고 하면서 2020년 10월 10일, 당 대회까지 완공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군부대 주축으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노력 동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에 평균 15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는데 김정은 현장방문 시에는 20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고 한다. 심각한 노동력 착취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북한은 노동력 착취 방법으로 <영웅따라하기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김정은이 2016년 1월에 김정숙평양방직공장을 시찰하면서 처음으로 ‘만리마 시대’, ‘만리마 정신’을 주창하면서 북한의 자력자강, 자력갱생의 대표적 구호가 되었다. 북한은 만리마 시대 대표적인 노력 영웅으로 납-아연광선을 채굴하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 소속인 고경찬을 내세웠다. 고경찬이 매일 목표량의 200%를 수행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고경찬 영웅 따라하기 운동을 일으키고 있는데, 계속해서 제2의, 제3의 고경찬이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을 혁명 투사들로 포장하고 있지만, 노동 지옥으로 끌려가는 선발대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세계 데이터 연구소 결과: “위성 데이터는 북한의 불투명한 경제에 새로운 빛을 비추고 있다”

 

나오는 말

 

헤르만 헤세는 그의 책, <수레바퀴 밑에서>(1906년)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주범을 ‘잔인한 명예욕’(최고존엄)이라고 고발하였다.

 

“학교나 아버지나 몇 명의 교사가 가진 잔인한 명예욕이 그들에게 드러내 놓은 상처받기 쉬운 어린 소년의 순박한 영혼을 자애로운 마음도 없이 짓밟아 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소년을 그 지경까지 몰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p. 197)

 

그러면서, 존엄성이 파괴된 채 살아가고 있는 슬픈 인간군상들을 수레바퀴 아래 있는 것으로 형상화했다. 북한 주민들도 개개인의 생명권, 노동권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인격권이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에서 짓밟히고 있다. 김일성으로부터 비롯된 ‘잔인한 명예욕’은 그의 아들 김정일을 거쳐 이제 손자 김정은에 와서는 더 무섭고 끔찍한 수레바퀴가 되어 오늘도 북한 어린이들을, 성인들을 가차 없이 짓누르고 있다.

<ezekiel21@snu.ac.kr>

 

1)  COI가 2013년 2월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임무를 부여받아 조사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상황은 크게 9가지였다. 1) 생명권 침해 2) 식량권 침해 3) 정치범 수용소 관련 인권침해 4)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5) 자의적 구금 6) 표현의 자유 침해 7) 이동의 자유 침해 8) 타국민의 납치 및 강제실종 9) 차별 등이다.

 

글 | 정교진

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B.A.)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북한선교(탈북자 사역)를 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국내선교회 북한선교부장을 역임했으며,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북한학과(Th.M. 및 Ph.D.)를 졸업했다.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사랑깊은교회(침례교)에서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 위에 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