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경영!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다
2019-10-26독서 경영!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다
월드뷰 10 OCTOBER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
글/ 김용채(이랜드 인재원 본부장)
WHY : 왜 독서 경영인가?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이랜드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비즈니스는 기독교 가치관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정직하게 세금 내면 망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고, 뇌물을 찔러 주지 않으면 인허가 등 각종 일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런 척박한 땅에 빛과 소금으로 살고자 ‘이랜드’가 설립되었다. 흔히 돈과 사람이 회사 성장을 위한 필수 자원이라고 하는데, 당시 ‘이랜드’가 소규모 회사다 보니, 막상 회사를 키우려고 해도 은행은 선뜻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또, 좋은 인재가 와 줄 리 만무했다. 사실,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었다.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이 말씀을 붙잡으며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주셨는데 그게 바로 “책”이었다. 좋은 책을 통해 성공한 경영자의 노하우와 세계적인 대가들의 지식과 지혜를 만나볼 수 있었고, 이를 회사에 적용하면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매출이 30% 하락하여 생존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우연히 피터 드러커의 여러 책을 접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경제 신문사에서 발간한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지식경영>(1999년) 이라는 책을 통해 예전 육체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지식 근로자”가 사회에 이미 출현하였으며, 이들의 생산성을 지속해서 높이는 회사가 미래 사회를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회사에 적용하였는데, 지식을 조직적으로 생산하게 하고, BP(Best Practice, 우수사례)를 사내 공유함으로써 생산성을 급격히 높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매일경제신문-부즈앨런 지식경영 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
WHAT : 이랜드 독서 경영이란?
이랜드 독서 경영은 독서를 통해 ‘성숙한 인격’과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재로 직원들을 성장하게 하여 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비전 아래 3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첫째, 신입사원부터 경영자까지 전 직원이 필독서를 항상 휴대하여 읽는다.
둘째, 전 직원이 독서 경영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혁신을 일으킨다.
셋째, 독서를 통해 핵심인재(차세대 지도자)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직무·직위별 필독서 목록을 작성하여 공유하고, 개인 승진과 핵심인재 양성에 독서를 실제로 반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발적인 직원 참여를 도모함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독서 문화의 구축을 향해 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학습조직으로 거듭나고 사회공헌을 확산해 나가는 계획을 갖고 있다.
HOW : (1) 독서 경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회사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우선 책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기 계발에 임직원 1인당 평균 연 4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1층 공간을 북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그곳에는 이랜드 필독서 및 패션 관련 자기 계발 도서를 함께 비치하여 전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미니서점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필독서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와 더불어 신앙 서적과 성경책을 중심으로 한 월요모임은 매주 월요일 출근과 함께 첫 시작으로 운영되는데, 지난 한 주간의 삶과 성경의 지혜를 다 같이 나누게 된다.
외부적으로는 산학협력을 통해 전주대학교 학생들에게 매년 2회씩, 필독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내 코코몽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책 읽기 프로그램에 학부모(임직원)들이 자녀 독서 습관을 위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독서 경영 문화 확산의 목적으로 재소자 자녀를 위한 어린이 도서 기증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HOW : (2) 이랜드만의 차별화된 활동은 무엇인가?
이랜드만의 독특한 점은 독서 경영이 우선 인재 양성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20여 권의 필독서를 선배(F1)와 후배(F2)가 함께 읽고, 이에 대한 지식을 제출하면 승진평가에 가점으로 반영된다. 둘째, 40여 개의 각 직무에 대한 과업과 필요역량, 핵심도서 목록을 HR 링크(인사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직무 성장을 위한 최적의 독서환경을 제공한다. 셋째, 입사 지원서에 독서 항목을 포함하여 지원자들의 배우려는 자세와 역량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반영한다. 넷째, 최초 신입사원 교육부터 승진 교육과 리더 교육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는 필독서가 있고,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도모해 가고 있다. 단순 필독서 목록뿐만 아니라 필독서를 핵심개념 원리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독서가 개인의 성장에 멈추지 않고, 회사의 경쟁력이 되어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2018년 제5회 대한민국 독서 경영 우수직장 인증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
Epilogue : 나 개인의 삶에 끼친 영향
독서 경영은 회사뿐만 아니라 내 개인적인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학교에서 주는 교과서 외에는 별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이랜드를 입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회사의 권유(?)와 입사 동기생들끼리 불붙은 경쟁 심리로 한해 100권씩 읽어 나갔다. 대학 졸업 때까지 읽은 책보다 입사 한해 읽은 책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어느덧 입사 후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천 권의 책을 읽었고, 독서 영향이 내 생각과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되돌아보니 내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책 읽기 습관”이 아닌가 싶다. 나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다 보니, 자녀들에게 책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이 자녀들에게까지 스며들게 되었다. 얘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제는 나보다 책 읽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우리는 지금 책보다 유튜브가 훨씬 더 익숙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얘기가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책 읽기 좋은 이 가을에 책 한 권을 꺼내 도전해 보라. 누가 알겠는가? 나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한 책을 만나게 될지. 그런 행운이 여러분에게도 오길 바라며!
<yonkkim@eland.co.kr>
글 | 김용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7년도에 이랜드 전략기획실에 입사하였다. 그 후 2007년 ESI(이랜드 경영자 입문반) 과정을 만들었으며, 현재는 이랜드 인재원 본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