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Korea, 경제를 생각한다

Again Korea, 경제를 생각한다

2020-02-05 0 By worldview

월드뷰 02 FEBURAR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이번 2월호 커버 스토리는 한양대 특훈교수이며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정화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13대 중소기업청장, 기독경영연구원 원장, 벤처산업연구원 원장, 중소기업학회 회장, 인사조직학회 회장, 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역임 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에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으로 수고했던 명지대학교의 김태황 교수가 맡았습니다(편집자).


김태황: 교수님께서는 13대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하셨고, 기독경영연구원 원장도 오랫동안 하셔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현재의 한국 상황을 평가하고 기독교적 해법을 제시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전신인 기독교학문연구회를 1989년에 시작할 때 창립멤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경제영역을 평가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고아와 과부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라고 합니다. 현 정부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책을 폈지만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의도와 결과가 다른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자영업자들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교수님의 전반적인 평가부터 부탁드립니다.

한정화: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고, 그중에서도 경제문제는 매우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한때는 가장 모범적인 성장 발전국가였는데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은 우선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 주도 요소투입형 방식의 한계에 있다고 봅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등이 반도체를 제외하고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들 산업은 중국의 국가 주도의 공격적 투자에 의해 공급과잉 산업이 되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물량은 줄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죠. 수출성장도 둔화되었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출성장이 국내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입규제 회피와 임금 인상, 노사문제 등으로 수출의 고용유발 계수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왔던 것 중의 하나가 인구 성장에 의한 보너스가 있었지만, 인구 성장이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건설경기의 경제 성장 견인 효과도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높고 GDP 수준에 비해 내수 시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한정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형 대자본과 개인의 소자본이 골목상권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개인형 소자본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책적 대응을 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객관적 요인도 있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님께서 놀라운 축복을 해 주셨는데 우리가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지 못하면서 이런 어려움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종교개혁 시대에 어느 영적 지도자가 말하기를 영적으로 부흥하면 규범이 생기고, 규범이 있으면 풍요를 가져오는데,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풍요는 규범을 무너뜨리게 되어 결국 풍요를 잃게 된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경제 이론이나 사회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영적 자본(spiritual capital)의 고갈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경제적 회복과 부흥을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먼저 영적 회복과 부흥을 간구해야 하고, 그 출발점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점검하고 돌이키는 일이 우선이 아닌가 합니다.    


김태황: 내수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한정화: 정부에서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정책이 서비스 산업 활성화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 활성화 관련하여 의료, 금융, 관광 등 규제에 묶여 있는 것이 많습니다. 유니콘 기업들도 한국에 들어오면 불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는 이해관계가 있어서 규제를 풀게 되면 시장이 늘고 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손해가 발생하고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타다’와 택시 기사들 간의 문제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푸는 것이 정치입니다. 이럴 경우 서로의 이해관계의 문제가 있지만, 국가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적절한 보상이나 제도적 조정을 통해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바꿔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이 그 역할을 전혀 못 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이런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투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가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규제, 시장을 늘릴 수 없게 하는 규제들을 푸는 것이 시급한데 정치권에서 이런 규제들을 못 푸는 이유는 민생을 위한 실용적인 정치를 하기보다 이념 주도적 권력 투쟁에 몰두해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많으니 불확실성과 위험 때문에 기업 의욕이 떨어지고 투자가 부족하니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고, 내수 활성화도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한정화 이사장.


김태황: 중소기업의 수와 소속 근로자의 수를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99-88의 숫자가 나타내듯이 우리 경제에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소기업 또는 히든 챔피언의 탄생은 미약합니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어떤 정책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을까요?

한정화: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기반에는 하도급 중소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기업과 관계된 하도급 중소기업과 독립적인 중소기업이 있는데, 문제는 하도급 중소기업이 수익성이나 생존력이 상당히 약합니다.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서 값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대기업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위해 중소기업에 주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 입장인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주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내부거래가 많아지다 보니 폐쇄적인 내부거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유통 시장이 5개 대기업에 의해 수직계열화되어 있어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현저히 약하고 납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40% 이상, 비공식적인 비용까지 포함하면 50% 가까운 마진을 제공해야 합니다.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시장을 뚫거나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경쟁력이 있는 경우에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부가가치 창출이나 성장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결국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거래선 다변화를 해야 합니다.


김태황: 성경에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 정부는 일자리 상황판도 만들고 집권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노력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요?

한정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는 늘어납니다. 투자는 우리 기업인들이 투자하거나 외국 기업의 투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의 투자는 기업인들의 의욕, 미래에 대한 가능성, 기대 수익 등 환경을 만들어 줘야 투자가 일어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강점 중 하나가 개인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에 의해 투자 의욕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재정에 부담을 가져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기업이 잘 되어 내는 세금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들을 듣고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근로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미래의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근로자가 잘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잘돼야 합니다. 기업이 부가가치 창출이 잘 되어 좋은 근로 조건을 만들고, 월급을 더 줄 수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을 이야기하고, 청년들은 구직난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문제는 임금 격차 때문에 생깁니다. 지금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53% 정도입니다. 실질 임금의 격차 문제를 해결해줘야 중소기업에서 일할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가계 경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 교육비, 육아비입니다.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지역(공단, 밀집 지역)에 육아, 교육을 낮은 비용에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 실질적으로 느끼는 소득 격차가 줄어들게 하는 쪽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소기업청장으로 있었을 때, ‘내일채움공제’라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매달 일정액을 내면 회사가 매칭해주고, 정부가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주어 자기가 불입한 것보다 세배 정도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제도로 지난 5년간 확산되었고 현장의 반응도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소득 격차를 개선해 주고 근로 환경을 개선해 주는 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젊은이들이 일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김태황: 지금 대기업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기득권을 강화하여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의 역할 중 순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정화: 노동조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봅니다. 지금의 정치 노조는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부정적인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노동조합이 엄청난 권력 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한국 현실은 대기업 재벌 권력과 노동 권력의 암묵적 담합구조입니다. 겉으로는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그 과정에서 오는 부담은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한데, 이와 상관없이 노조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대기업에서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납품 단가를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미국에도 강력한 자동차 노조, 철강 노조가 있었는데 미국이 자동차, 철강 산업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무너지니까 고용도 줄어들고 노조가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현재 노조가 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비관적입니다. 물론 과거 노동자가 약자여서 법적, 권리적 보호를 강화해야 했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힘이 세져서 경영 개입을 하게 되면 혁신 활동의 장애 요인이 됩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노조가 인사권에 관여하고 불공정한 고용 세습을 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조와의 협력이 필요한데, 정치 권력에 맛 들인 대기업 노조의 행태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태황: 성장도 중요하지만, 소득분배도 중요하고,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소득분배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저소득층을 위하는 여러 정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한정화: 이 문제는 경제 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 빈곤 문제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예전부터 고령화 사회가 올 것이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대비하는 데는 부족했습니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노후에 실질적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기업이 잘 돼서 세금을 많이 내고, 계속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 기업들이 이미 해외로 많이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합력하여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납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줄어들게 됩니다. 빈곤층이 늘어난다고 하여 정부가 보조금을 늘려 이를 모두 감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악순환 구조로 가는 것입니다. 현재 국가부채는 급속하게 늘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그 나라의 미래 발전 가능성은 그 나라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나라인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과감한 유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김태황: 우리 경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디지털 전환, 4차 산업혁명입니다. 빅데이터 관련된 학과도 생기고 최근에는 국회에서 데이터 3법도 통과되어 데이터에 기반한 경제 분석과 시장 창출이 중요해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주의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정화: 4차 산업혁명이 마케팅 용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저는 우리 사회에 대단히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말한 싱귤래리티(변곡점)가 눈앞에 닥치고 있습니다. 그의 예측대로 평균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게 되면 이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보고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 즉 <호모 데우스>를 썼는데, 종말을 향해 가는 인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은 이러한 현상의 영적인 의미와 함께, 현실적인 대응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AI에 지배당하지 않는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결합되면서 과거 기업인들이 가장 고민했던 예측과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간 저가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비즈니스 서비스와 제조업 환경을 다 바꿔 놓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초연결된 개인이 기존의 권력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자동화로 인하여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고급 지식노동자들 즉 변호사, 회계사, 증권 애널리스트, 의료계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전문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 미래 직업 문제가 가장 절실한 이슈입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러면서 ‘기본소득제’ 도입 이야기도 나오는 것입니다. IOT(사물인터넷)의 경우 해킹과 관련하여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로보틱스, 바이오메디컬 쪽에서는 생명윤리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하나는 규제개혁을 통해 이런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면서 시장을 키워야 하고, 다른 하나는 교육혁명을 통한 미래 인재 육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교육은 대학입시에서 정시를 늘리는 등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교육혁명과 대학혁신이 필요합니다.


김태황: 교수님께서는 기업의 역할, 기업의 투자,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업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업의 탄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이 시도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로 보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정화: 스타트업과 창업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 4차 산업 시대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80년대 미국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이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미국은 많은 스타트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을 하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잠재력이 있는 우수 인력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우수 인력들은 모두 안정적인 직장에 몰려있습니다. 제가 중소기업청장으로 있을 때 TIPS(Tech-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라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초기에 어려울 수 있으나 대기업 시장, 글로벌 시장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어 성장이 가능합니다. 독일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이 히든 챔피언입니다. 히든 챔피언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 기반 창업이 많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규제에 걸려 가능성 있는 창업을 시작도 해볼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기술 혁신 창업이 대학을 중심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30~40년 전부터 기업가형 대학으로 전환했습니다. 대학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서 스타트업도 활성화시키고 기술 이전도 해서 대학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도 이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도시경쟁력을 키워 스타트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이 그동안 스타트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 20위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청년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에 놀이와 일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강남역 주변에 만든 TIPS TOWN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태황: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근로시간단축,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확대 등은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려는 정책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그 의도와는 달리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혹은 공정분배, 경제 혁신 과정에서 사회적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한정화: 저는 이런 정책들이 나온 것은 한국 경제 현실에 대한 착시현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국민소득 3만 불, 인구 5000만이면 상당히 괜찮은 경제 규모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 경제이고 무역의존도가 80% 이상인 나라여서 GDP가 늘어도 우리나라 내수는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명목 GDP의 3분의 1은 디스카운트하고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강제에 의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업이 감당할 여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용 유연성이 약화되면 기업은 고용을 최대한 줄이려 합니다. 현재와 같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모두를 정규직으로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또한 근로시간이 과중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 자율에 맡기고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가야지, 갑자기 패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가면 현실적으로 기업 부담이 급증합니다. 경쟁력이 높은 대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특히 더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연구개발 부문에 어려움을 줄 뿐 아니라 인력 구하기 어려운 3D 업종도 심각해집니다. 우리나라의 700만 자영업자의 40%가 영세 자영업자입니다. 최저임금제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강제로 아르바이트생이나 근로자에게 강제로 이전시키는 것으로서 일종의 재산권 침해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취약계층이 영세 자영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일 년에 2,000~3,000만 원을 못 버는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면 지금처럼 유연성 없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이렇게 무리하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태황: 한국은 상속세가 높아서 가업 승계가 안 된다고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 문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에서는 다 물러났지만, 이제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기 시작하는데, 65%의 상속세를 내고는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서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100년 또는 200년 되는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바람직할 것 같은데, 상속세 문제가 앞으로 큰 논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교계에서 과거에 유산 안 남기기 운동도 있었는데, 가업 승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중소기업청장도 역임하셔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상당한 전문가이신데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한정화: 가업 상속은 그간 법안 제정을 통해서 개선되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약합니다. 가장 큰 애로 요인은 세제 혜택을 받기가 까다롭다는 것과 사후관리의 엄격성입니다. 요건 완화를 위한 법안은 이미 제시되어 있지만, 법안 통과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업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반부자 정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업 상속을 부의 대물림이 아닌 고용의 대물림, 기술의 대물림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제가 청장 재직 시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정책을 도입했는데, 업력이 45년으로 되어있어서 실질적 혜택을 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30년 정도로 낮추고, 사전상속에 대한 규제를 경감하고 사후관리에 대한 요건도 완화해야 합니다.


김태황: 한국은 독일, 일본과 함께 제조업 강국입니다. 그래서 전기 사용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자원은 전부 해외에 의존합니다.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가 원자력인데, 탈원전 선언으로 인해서 한전이 적자에 빠졌고, 앞으로 전기료가 인상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일자리는 없어질 것 같습니다. 태양광 등 환경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한정화: 한국은 앞으로도 제조업 강국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가경쟁력이 기반이 되는 에너지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탈원전하게 되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가계에도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기업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요소입니다. 독일도 탈원전한 결과 일부 전기를 프랑스에서 공급받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웃 나라여서 공급이 가능한데 우리는 어디서 공급받습니까?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원자력 산업에서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합니다. 현실 경제의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재앙이 옵니다. 탈원전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합니다.


김태황: 현재 아산나눔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계신데, 아산나눔재단의 활동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요?

한정화: ‘아산’은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호입니다. 정주영 회장의 개척 기업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재단으로서 핵심 가치가 도전, 성장, 나눔입니다. ‘아산나눔재단’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사회 혁신가를 길러내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탈북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탈북자는 우리 국민입니다. 기독교인들이 탈북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책임을 물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경제적으로 부강하게 하신 것은 소명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값싸게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우방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주님이 주신 자유와 평화를 귀하게 여기고 힘써 지켜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주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이 시대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황: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